스탠리 드러켄밀러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거의 실패하지 않는 투자자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거시경제 흐름을 읽고 과감하게 베팅하면서도 틀리면 빠르게 포지션을 바꾸는 사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닷컴 버블 당시의 실패를 자세히 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시장이 어려워서 틀린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기술주가 버블이라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옆에서 다른 사람들이 계속 돈을 버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원칙을 스스로 버렸다는 데 있었습니다.러시아 금융위기에서 20억 달러를 잃고도 살아남았던 이유드러켄밀러의 실패 이야기는 2000년 닷컴 버블만 보면 조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보다 앞선 1998년 러시아 금융위기를 같이 보면 왜 이후의 실패가 더 충격적인지 알 수 ..
주식이 크게 빠지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사면 평단이 내려가는데?" 저도 여러 번 그 생각으로 추가매수를 했습니다. 실제로 1,000만원을 투자한 종목이 -30%가 된 상태에서 같은 금액을 더 넣으면 화면에 찍히는 손실률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뭔가 손실을 복구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가만히 계산해보면 잃은 돈은 한 푼도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다음 하락부터는 더 큰 금액이 흔들립니다. 그때부터 물타기를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평단이 내려갔다고 손실이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한 종목이 30% 하락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평가금액은 700만원이고 손실금액은 300만원입니다.이 상황에서 같은 가격에 다시 1,000만원을 추가 ..
주식을 시작하고 한동안 제일 많이 했던 행동은 종목 분석이 아니라 주식창을 여는 일이었습니다. 아침에 한 번, 장 시작하면 또 한 번, 조금 오르면 궁금해서 보고, 떨어지면 불안해서 다시 봤습니다. 당시에는 시장을 자주 확인하는 게 투자에 관심을 갖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행동경제학 연구들을 찾아보니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계좌를 자주 확인할수록 손실을 더 자주 경험하게 되고, 그 감정이 결국 매매 판단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겁니다.똑같은 투자인데 계좌를 덜 본 사람이 더 많이 벌었습니다가장 흥미로웠던 건 경제학자 유리 그니지(Uri Gneezy) 등이 진행한 실험이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돈을 걸 수 있는 게임을 주는데, 한 번만 보면 손실이 날 확률이 더 높은 구조였습니다. 대신 여러..
주식 투자를 하다 보면 이상하게 현금이 아깝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주식은 오르는데 현금만 놀고 있는 것 같고, 그렇다고 예금에 넣어두자니 갑자기 시장이 급락했을 때 바로 꺼내 쓰기 어렵습니다. 저도 한동안 파킹통장 금리를 비교하면서 0.1%, 0.2%라도 더 주는 곳을 계속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하락장 대비 현금에서 정말 중요한 건 최고 금리가 아니라, 필요한 순간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구조와 '얼마나 들고 있느냐'였습니다.파킹통장 금리 0.2% 더 받으려고 찾아다녔던 이유예전에는 현금을 보관할 곳을 찾을 때 거의 금리만 봤습니다. 저축은행 파킹통장, 증권사 RP, 발행어음, 특판 예금까지 비교하면서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주는 상품을 찾았습니다.파킹통장..
솔직히 저는 한동안 분산투자가 무조건 정답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괜찮아 보이는 종목이 나오면 하나씩 추가했고, 어느 순간 계좌 안에 10개가 넘는 종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점을 느꼈습니다. 종목은 많아졌는데 오히려 투자 판단은 더 어려워졌고, 어떤 기업은 실적 발표일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분산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관리할 수 없는 종목을 늘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여러 번의 상승장과 하락장을 겪고 나서야 종목 수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바로 내가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범위, 그리고 주식과 현금의 비중을 조절하면서 수익을 지켜내는 구조였습니다.집중투자와 분산투자, 직접 해보니 차이는 분명했습니다주식 투자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듣는 ..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 주가만 계속 빠진다면, 그건 기업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시장의 문제일까요? 저도 같은 질문을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PER(주가수익비율) 5배 이하에서 거래되는 지금, 단순히 "싸다"는 이유만으로 매수 버튼을 누르기가 오히려 더 어려웠습니다.밸류에이션이 낮다고 무조건 싼 건 아니다반도체 주식을 보면서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되는 지표가 PER입니다. PER(Price Earnings Ratio)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쉽게 말해 투자자가 이익 1원을 얻기 위해 몇 원을 지불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PER 4.5배에서 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과거 반도체 사이클 최저점이 PER 4배 안팎이었다는 점을 ..
장을 켰다가 바로 껐던 적,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오늘 코스피가 6,000선까지 밀리는 걸 보면서 그랬습니다. 10.6% 하락이라는 숫자가 화면에 찍히는 순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차트가 아니라 몇 년 전 SK하이닉스에 물타기를 감행했다가 넋을 잃었던 그때였습니다. 이번 폭락은 단순한 조정이 아닙니다. 패닉셀링(Panic Selling)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뒤엉킨, 꽤 복잡한 국면입니다.오늘 코스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코스피가 하루 만에 10% 넘게 빠졌습니다. 지수는 6,000선까지 밀렸고, 이 수준은 올해 4월과 맞먹는 위치입니다. 장기 상방 추세 하단까지 위협받는다는 건, 차트 기술적으로 봤을 때 상당히 심각한 신호입니다. 여기서 장기 상방 추세선이란 수년에 걸쳐 지수가 ..
솔직히 저는 한때 "미국 시장에 상장된 상품이니까 더 안전하고 더 잘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해외 주식에 접근했습니다. 수수료도, 환율도, 상품 구조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매수 버튼을 눌렀고, 결과는 당연히 손실이었습니다. 지금 SK하이닉스 ADR을 본주보다 26% 이상 비싼 가격에 사들이는 서학개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때의 저 자신이 겹쳐 보입니다.ADR 프리미엄, 이 숫자가 말이 되는 걸까요?7월 기준 SK하이닉스 본주는 약 176만 원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한 달 사이 40% 가까이 빠진 겁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미국에 상장된 SK하이닉스 ADR(미국 예탁 증서)의 가격은 224만 원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여기서 ADR이란 외국 기업의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증서로..
열심히 일하는 한국 기업들, 반도체 세계 1위, 그런데 왜 코스피는 제자리일까요. 저도 사회 초년생 시절 이 질문을 외면한 채 국내 지수에 돈을 묻어뒀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기업의 노력과 주가의 우상향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코스피 200과 S&P 500, 두 지수의 장기 수익률 격차는 단순한 운의 차이가 아니라 시스템의 차이입니다.코스피 200의 장기수익률, 왜 기대를 배반하는가제가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코스피 200 지수는 꽤 설득력 있는 선택지처럼 보였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200개가 모인 지수인데, 장기적으로 오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투자해보니 현실은 달랐습니다.코스피 200은 장기적으로 '박..
스페이스X 상장 직후 며칠간 국내 투자자들이 3조 원 넘게 사들였다는 소식을 보고, 솔직히 등골이 오싹했습니다. 저도 몇 년 전 성장주 열풍 때 딱 저 모습이었거든요. 지금 이 글은 '왜 떨어졌냐'는 사후 해석이 아니라, 다음 이벤트 앞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제가 직접 겪은 손실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약속의 가격이 93%라는 것의 의미테슬라 시가총액을 최근 1년 순이익으로 나누면 약 380배가 나옵니다. 여기서 PER(주가수익비율)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는 현재 주가가 연간 이익의 몇 배에 해당하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PER 380이라는 숫자가 말하는 건 간단합니다. 현재 이익으로 설명되는 주가 비중이 고작 7%에 불과하고, 나머지 93%는 '앞으로 로보택시, 로봇 사업이 대박..